총체적 난국이었던 2017 WBC 야구 1라운드 

이스라엘 vs 대한민국 리뷰



그야말로 총체적 난국이었던 WBC 야구 1라운드 이스라엘과 대한민국의 경기였다. 타력이 걱정되기는 했지만 이정도로 침묵할 것이라고는 전혀 예상치 못했는데 심할정도로 답답한 타선과 단 2실점으로 막았다고는 하지만 투수진들의 제구 불안은 경기를 보는 내내 답답함에 가슴을 치게 만드는 그런 경기였다. 이스라엘의 전력이 약할 것이라고 생각은 하지 않았지만 이정도로 우리 대표팀이 답답한 경기를 펼칠 것이라고 생각 또한 하지 못했기에 더욱 아쉬운 경기였다.



이스라엘의 타순에 메이저리그를 경험한 선수가 포함되어 있다고는 하더라도 타선의 전체적인 힘은 약하다는 평이었는데 역시나 타선이 그렇게 강력하지는 않았다. 우리 투수진이 넘어서지 못할 타선은 아니었다는 것이다. 2회에 장원준의 제구 난조로 내준 밀어내기 1점이 못내 아쉬웠던 이유이기도 하다. 맞아서 준 점수가 아닌 제구 불안으로 내준 점수이기에 안타까운 한점이었다. 삼진으로 위기를 탈출한 것이 그나마 위안거리였다면 위안거리였을까.



가장 인상적이었던 타자는 역시 8회에 1사 1루 상황에 대타로 등장하여 바로 우익선상으로 2루타를 때린 아이크 데이비스였다. 메이저리그 통산 81홈런에서 보여지듯 장타력이 훌륭했다. 다행히 그 2루타로 만들어진 1사 2,3루의 찬스를 오승환이 삼진으로 마무리지으며 경기를 연장까지 끌고 가기는 했지만 결국 10회 다시 등장한 아이크 데이비스에게 볼넷을 내준 것이 화근이 되어 패하고 말았다.



우리 타선은 그야말로 답답함의 극을 달렸다. 중요한 순간에 터져나온 작전 실패와 두번의 병살타는 경기의 흐름을 상대에게 내주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3번과 4번에서의 침묵이 아쉬웠고 이스라엘의 투수진을 공략해내지 못하며 번번히 찬스를 놓치고 말았다. 경기가 안되려고 하니 잘 맞은 타구는 야수 정면으로 향했고 10개의 삼진을 당하며 이길 수 없는 경기를 했다.


무엇보다도 공격 상황에서 가장 아쉬웠던 장면은 8번 허경민과 9번 김재호가 사사구로 출루한 이후 이용규의 타석에서 확실하게 번트로 2,3루를 만들던가 확실하게 공격을 하던가 했어야 하는데 스트라이크 번트를 노리던 이용규는 결국 투스트라이크에 몰렸고 쓰리볼까지는 잘 골라냈으나 결국 삼진으로 물러나며 그대로 1,2루에 남겨둔 것이 경기를 연장까지 이어지게 만들었던 가장 중요한 장면이었다. 이후 서건창의 적시타로 동점을 만들기는 했으나 2점이 한점이 된 것은 못내 아쉬웠다.



이스라엘의 투수진은 훌륭했다. 선발과 마무리가 3이닝씩을 소화하고 중간에 나온 투수들이 1이닝씩을 소화하며 이어 던지기에 성공한 이스라엘의 투수진은 우리팀 보다 안정적인 제구를 선보였고 심지어 투구수 관리까지 해가며 경기를 마무리했다. 특히나 인상적이었던 선발 제이슨 마키스와 마무리 조시 자이드는 처음과 끝을 완벽하게 처리했다. 마키스의 제구와 자이드의 스피드에 눌린 우리 타선이었다. 4회부터 마운드에 올라온 손튼에게 점수를 더 뽑지 못한 것이 계속해서 아쉬움으로 남는다.



상대적으로 우리 투수진은 2점 밖에 내주지 않았다고는 하지만 볼넷을 9개나 내주며 2실점 모두 볼넷으로 내보낸 주자들로 인한 실점 이었다는 것이 뼈아팠다. 해설 박찬호의 깊은 한숨이 우리의 마음이었을 것이다. 투수진에서 그나마 우리의 위안거리였던 것은 선발 과정에서부터 논란이 있었던 오승환의 투구 밖에는 없었다. 오승환은 1안타를 허용하기는 했지만 8회 2사 주자 2,3루의 중요한 순간에 올라와 삼진으로 이닝을 마무리했고 9회에도 깔끔한 피칭을 선보였다. 개인적인 느낌으로는 사회인야구 타자들이 선출 투수를 만난 느낌이랄까? 그만큼 오승환의 구위는 압도적이었다. 



WBC 이스라엘 대표팀

선발 투수 제이슨 마키스


메이저리그 124승 투수 답게 노장임에도 뛰어난 제구를 바탕으로 한 피칭이 인상적이었다.



WBC 대한민국 대표팀 

유일한 메이저리거 오승환


오승환의 피칭은 3월이라고는 전혀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이미 구위가 거의 올라와 있는 모습이었다. 메이저리그 스프링캠프에서 홈런을 두방이나 맞고 온 투수의 모습이 아니었다. 최고의 피칭을 보여줬다. 


이스라엘과의 WBC 1차전은 여러모로 아쉬운 경기였다. 타선도 투수진도 모두 아쉬운 결과를 낳았는데 바로 다음 날 치뤄지는 네덜란드와의 2차전에서도 타선이 침묵한다면 조기에 탈락하는 결과를 낳을지도 모르겠다. 이스라엘의 전력이 나쁘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지만 우리가 우리의 실력을 발휘하지 못한 것 또한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A조 최강으로 손꼽히고 있는 네덜란드와의 경기에 사활을 걸어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WBC는 투구수 제한이 걸려 있어 투수진 운용이 상당히 중요한데 내일 경기에도 그나마 모든 투수들을 다 쓸 수 있는 조건에서 1차전을 마무리 했다는 것에 위안을 삼아야 하지 않을까 싶다. 네덜란드의 선발 투수 릭 밴덴헐크를 우리 타선이 얼마나 공략할 수 있을지 공략에 실패할 경우 우리 투수진의 오늘의 제구 불안을 딛고 네덜란드를 최소 실점으로 막아낼 수 있을지 모든면에서 어려움이 예상되는 경기가 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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